


김영기
2005년 늦은 봄, 친구 소개로 따라가 청평의 남한강물이 코앞인 이 땅과 만난다.
뒤와 옆이 산이며 앞과 또 다른 옆은 트여 고즈넉한 강물이 인사하는 듯하다.
첫눈에 반한 이곳의 주변이랑 조용하기도 하며 한쪽으론 화려하기도 하다.
대지가 주는 기운이란 게 있다. 그 기운은 일 순간에 모든 걸 보여 주지 않는 법이다.
바람과 별과 태양과 어둠이 그들만의 잔치가 분명해서 계절마다 그들의 노래와
소리와 모양과 느낌이 다르게 마련이라 한순간으로 그들의 진면목을 대하기가 어려운 게다.
물론 첫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아닌 내면 혹은 이면의 세계 또한 그 못지않아
천천히 차분하게 두고 보며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유대인의 숫자인 78 대 22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떤 쪽이든 22는 내 소관이 아니다. 자연 아님 신의 영역이라 해두자.
중요한 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이곳이 내게 보여준
그 많은 서말의 구슬을 꿰어 작은 보배로 만들고 싶었다.
서울 공고 건축과로 입문해 35년을 나름 천직이라 생각하나
남들은 별로 인정을 못하겠단 분위기라 자격지심이라 해두자.
지회도 기회고 갖은 일에, 쉽지 않은 맘 고생에, 짧지 않은 디자인 여정에 어느덧 벌써
지천명의 나이로 세상을 알 법도 한데, 이놈의 정신세계는 이리도
사리 판단의 세상 이치가 두려우니 아직 멀은게다.
새것을 엿보기엔 약간은 민망스럽고 뭔갈 정리하기엔 남은 세월 눈치 뵈고
암튼 뭐가 그린 아쉽고 궁금하지 아직 난 배고 고프다.
35년 전 대선배인 예건사 강신관 소장님께 배우며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그리곤 토탈 디자인에서 젊음의 15년을 보내며 디자이너랍시고 거센 풍파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데 그 사이로 노도와도 같았던 엘비 디자인 시절을 차라리 약이지 싶다.
2009년 4월 23일 인스타 창립 10년째. 인스타랩의 탄생이 새로운 10주년을 기약하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된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9년 5월 28일